
“긴 대기시간 · 콜백도 없어”… 디지털 전환 후 보증금 환급에 세입자 · 집주인 모두 혼란
최근 뉴질랜드 정부가 보증금 관리 시스템을 기존의 수동 방식에서 디지털 온전 전환으로 개편한 이후, 보증금을 환급받으려는 세입자들과 이를 처리하려는 임대인들이 극심한 대기 시간과 통화 장애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세입자 권익 단체인 ‘렌터스 유나이티드(Renters United)’는 세입자들이 정부 기관에 맡겨진 임대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장시간의 처리 지연으로 인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청(Tenancy Services)은 시스템 내 대기 전화 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추가 걸려오는 전화를 자동으로 차단하는 ‘통화량 제한 시스템(Call Capping)’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세입자들은 보증금 환급 합의에 필요한 ‘세입자 고유 번호(Tenant Number)’를 발급받기 위해 며칠씩 전화 연결을 시도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주택임대청은 지난달 말, 기존의 수동 서류 처리 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온라인 보증금 관리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출범시켰다.
웰링턴에 거주하는 세입자 휴고(Hugo) 씨는 최근 주택임대청에 자신의 보증금이 정상적으로 적립되어 있는지 확인하려다 곤욕을 치렀다.
그는 현지 라디오 방송 ‘나인 투 눈(Nine to Noon)’과의 인터뷰에서 “월요일 아침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기열에 들어갔고, '대기 상태를 유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콜백을 요청하시겠습니까?'라는 안내가 나왔다”며 “일하는 중이었기에 '그냥 대기하겠다'고 선택했지만 20분이 지나도 응답이 없었다. 업무를 계속해야 해서 결국 전화를 끊었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고, 콜백을 신청했으나 끝내 전화는 오지 않았다.
휴고 씨는 “아주 단순한 내용을 확인하려 했을 뿐인데 정말 답답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는 직원들 역시 매우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연락이 닿았으나, 정작 임대인이 법적 의무인 보증금 적립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크 서머빌(Luke Somerville) 렌터스 유나이티드 대표는 단체로 접수되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세입자가 새 이사지의 보증금을 내기 위해 기존 보증금 환급에 의존하고 있으며, 환급 지연으로 인해 대출을 받거나 개인 저축에 손을 대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서머빌 대표는 “정부는 이자 공제 혜택 복원, 무이유 퇴거 허용 등 임대인을 위해서는 붉은 융단을 깔아주었다. 반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절차는 매우 복잡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일부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적립하지 않고도 처벌을 피하거나, 퇴거 시 보증금을 부당하게 차감하려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온라인 시스템은 기본 정보 확인에 그치고 있어, 임대인과의 보증금 분쟁 등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전히 전화 통화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를 중재할 중재 서비스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스템은 임대인과 세입자가 원만히 합의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설계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임대인과 세입자 사이에는 언제나 갈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주택임대청 “과도기적 현상… 전담 번호 신설로 대기 시간 단축 중”
캣 왓슨(Kat Watson) 주택임대청 청장은 지난 18개월 동안 “매우 큰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왓슨 청장은 “우리는 연간 약 50만 건에 달하는 보증금 관리 업무를 완전히 수동으로 처리해 왔으나, 이를 단계적으로 디지털화하고 있다. 수동 방식은 오류와 처리 지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임대인들이 이제 온라인으로 보증금을 등록할 수 있어 절차가 빨라졌고, 세입자 역시 적립 여부를 즉시 알림으로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자동화 서비스인 ‘본드 허브(Bond Hub)’가 도입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현재까지 6,000건 이상의 보증금 환급이 해당 시스템을 통해 완료되었다.
이어 지난 6월 29일부터는 보증금 업무 대부분을 ‘본드 허브’ 및 연동된 부동산 관리 소프트웨어 기반의 온라인 자가 서비스로 전환하고 웹사이트에서 종이 신청서를 완전 삭제했다. 주택임대청은 이를 통해 임대인, 부동산 관리자, 세입자 모두에게 훨씬 신속하고 투명하며 편리한 보증금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슨 청장은 “세입자들은 이제 이메일, 문자, 우편,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전화 세입자 번호 발급 방식을 선택해 당국과 소통할 수 있다”면서도, “6월 29일 이후 전화 문의량이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서비스 개편으로 인한 증가세를 예측하긴 했으나 실제 문의는 그 이상이었다”며 일부 서비스가 여전히 전화로만 가능한 점을 인정했다.
그녀는 “세입자 고유 번호 발급은 전화로 진행해야 한다. 문의량이 예상보다 높은 것을 확인한 후 일주일 만에 전담 직통 전화를 신설했다. 현재 해당 직통 전화의 최대 대기 시간은 10분 수준이며, 대기 중에 끊어지는 전화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전화 폭주 현상은 임대차 법안이 개정되었던 지난 2021년에도 발생한 바 있다.
왓슨 청장은 ‘통화량 제한 시스템’에 대해 서비스 센터 종료 시간까지 통화 대기 상태로 남아있다가 차단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서비스 센터 전반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문의가 집중되는 시간대에 콜백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콜백을 약속하지 않기 위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는 것이다.
또한, 콜백을 받지 못했다는 신고는 접수된 바 없으나 해당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6일 신설된 세입자 번호 전담 라인은 전체 문의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대 대기 시간은 10분 이내로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왓슨 청장은 월요일 전화 이용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월요일은 매우 혼잡한 날이다. 월요일 아침은 일주일 중 가장 전량이 몰리는 시간대”라고 전했다.
종이 서류 폐지 둘러싼 논란… 임대인들도 “시스템 혼란” 불만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 적립을 직접 요구하기 어렵게 만든 종이 서류 폐지 정책이 임대인 편향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왓슨 청장은 세입자가 요청할 경우 여전히 우편으로 종이 양식을 받아볼 수 있으므로 “세입자에게 선택권을 추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녀는 “웹사이트에서 서류 양식을 삭제한 이유는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자동화 프로그램 등록 현황에 대해서는, 임대차 계약의 시작이나 종료 등 필요성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등록하지 않는 임대인이 많다고 밝혔다. 주택임대청이 67,000명의 임대인에게 이메일을 발송한 결과, 40,000명 이상이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또한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Tenancy Tribunal)의 효율성이 제고되어 분쟁 해결 기간이 단축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라디오 방송에 의견을 보낸 임대인들은 본드 허브 시스템을 두고 “총체적 난국”이라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임대인은 아침 일찍 전화를 걸었음에도 이미 대기 순번이 60번에 달하는 등 콜백 연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왓슨 청장은 현장의 피드백이 다양한 형태로 접수되고 있으나, 본드 허브는 출범한 지 7개월 남짓 된 ‘새로운 방식’임을 강조했다.
그녀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시스템 개선을 진행 중이다. 세입자 옹호 네트워크, 세입자·임대인·부동산 관리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임대차 부문 협력 그룹과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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