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 닷컴 버블 때보다 높은 수준 거래… 기업 재건 비용의 2배 넘는 가치 평가
미국 주식시장이 기업을 새로 재건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가 얼마나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토빈 Q 비율(Tobin Q Ratio)은 미국 기업 주식의 전체 시가총액을 해당 기업들의 대체·재건 비용과 비교하는 지표다. 이 비율이 1을 넘는다는 것은 시장이 기업을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 평균은 0.85 수준이다. 닷컴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에는 1.47까지 상승했으며, 현재는 2.1을 넘어선 상태다.
파이 펀드(Pie Funds)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크 테일러는 이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기계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빈 Q 비율은 장기적인 가치평가 지표로 유용하다. 투자자들이 기업 자산에 대해, 이를 다시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지를 묻는 합리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기준으로 보면 미국 주식시장이 결코 저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토빈 Q 비율만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오늘날 미국 주식시장은 50년 전의 시장과 매우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가총액의 훨씬 더 큰 비중이 소프트웨어, 지식재산권, 데이터, 네트워크, 브랜드, 유통망, 규모의 경제와 같은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은 실제 경제적 가치를 지닌 자산이지만 전통적인 대체비용 계산 방식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시장이 가치평가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매우 높은 Q 비율은 투자자들이 미래 수익성에 대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실수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 이익률이 정상화되거나,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경쟁 및 규제 압력이 강화될 경우 향후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최근 수년간 경험했던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테일러는 현재 상황이 ‘적색 경고등’이라기보다 ‘황색 경고등’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이 주식을 전면 매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위험 관리에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는 된다”며 “집중 투자 위험을 관리하고, 분산 투자하며,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지난 10년간의 수익률이 앞으로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라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클랜드대학교의 금융학 선임 강사 게르트얀 베르딕트는 이러한 우려가 충분히 타당하며, 거의 모든 전통적인 가치평가 지표가 과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장기적으로 조정해 측정하는 실러 PE 비율(Shiller PE Ratio)이 현재 닷컴 버블 정점 당시를 제외하면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베르딕트는 “S&P500의 이익수익률은 3.2% 수준으로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낮다”며 “물론 이는 실질 수익률과 명목 수익률을 비교하는 차이가 있지만, 가장 단순한 기준으로 보면 사전적(Ex-Ante)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무위험 수익률보다 낮은 이익수익률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주식 투자 논리는 전적으로 미래 이익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러나 내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가격 수준 자체보다 듀레이션(Duration)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AI, 반도체, 기술주를 중심으로 장기 듀레이션 자산에 크게 집중돼 있다”며 “예상되는 현금흐름 대부분이 매우 먼 미래에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낮은 수익률은 높은 듀레이션을 의미한다. 약 3% 수준의 이익수익률은 주식 듀레이션이 약 30년에 달함을 시사한다”며 “이는 할인율이나 성장 기대치의 작은 변화에도 주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 금리가 소폭 상승하거나 AI 성장 스토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경우 주가 변동폭은 훨씬 커질 수 있다”며 “반드시 임박한 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높으며, 특히 지수를 지배하는 초대형 종목들에 변동성이 집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핀솔(Finsol)의 재정 자문가 가레스 돕슨은 이러한 상황이 키위세이버(KiwiSaver) 가입자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액티브 펀드 운용사들은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노출을 줄여 왔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은 대부분 훨씬 높은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강한 주가 상승은 이러한 패시브 펀드들의 수익률을 크게 끌어올렸으며,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었던 액티브 펀드보다 더 높은 성과를 기록하게 만들었다.
돕슨은 “일부 액티브 운용사들은 미국 대형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우려해 보다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며 “반면 지수 추종 펀드는 지수가 가는 방향을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집중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인간의 판단이 거의 개입되지 않는다”며 “지난 1~2년 동안 지수 추종 성장형 펀드들은 매우 좋은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 6개월 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180도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토빈 Q 비율이 “조금은 무서울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BS 웰스(SBS Wealth)의 최고경영자 모른 레드가드는 현재의 가치평가 수준이 이미 상당 기간 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약 2년 전만 해도 우리는 미국의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이나 상위 10개 종목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았다”며 “지난 2년 동안 점진적으로 비중을 중립 수준으로 낮추면서 더 이상 일부 초대형 종목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불과 24개월 전만 해도 일부 대형 종목들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막 돌파하던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5조 달러를 넘어서는 기업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여러 패시브형 키위세이버 펀드를 운용하는 커널(Kernel)의 창립자 딘 앤더슨은 토빈 Q 비율이 흥미로운 지표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빈 Q 비율은 시장가치를 물리적 자산의 대체 비용과 비교하는 지표다. 기계설비, 재고, 부동산 등을 떠올리면 된다”며 “대부분의 기업 가치가 실제 물리적 자산에서 나왔던 시기에는 상당히 효과적인 지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가장 가치 있는 기업들을 보면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그들의 가치 상당 부분은 고객 충성도,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가치, 독점 데이터, 그리고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매일 습관적으로 앱을 여는 행동과 같은 요소들에서 나온다. 이런 것들은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자산도 공짜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이를 구축하기 위해 수년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그러나 대체 비용 계산 방식은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보다 광범위한 문제를 보여준다”며 “서비스 산업과 디지털 상품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Q 비율, 주가순자산비율(PBR), 성장주와 가치주 구분 등 전통적인 지표들이 점차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장이 저평가돼 있는지 고평가돼 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구조적인 한계가 알려진 단일 지표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해 시장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Q 비율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동시에 그 지표가 측정하고 있는 경제 자체가, 이 지표가 처음 설계됐던 시절과 비교해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하나의 데이터나 하나의 비율만으로 세상 전체를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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